뉴럭셔리 제품에 몰아치기 소비를 하는 '트레이딩 업'은 미국에서만 발견되는 소비 코드가 아니다.

유럽에서는 물론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도 벌써 그런 조짐이 포착된다.

BCG는 이를 세계적 현상으로 파악한다. 최근 '명품의 대중화'라고 불리는 '매 스티지'는 트레이딩업 중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세탁기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부터 골프채, 자동차, 의류, 술까지 폭넓게 진 행되는 새로운 소비코드다.

월풀의 듀엣(Duet) 세탁건조기는 일반 세탁건조기보다 3배 이상 비싼 2000달러 대이지만 날개돋친 듯 팔리며 기존 세탁건조기 시장을 재편했다.

유러피안 스타일 드럼세탁기인 듀엣에 대해 미국 소비자들은 "듀엣 덕분에 행 복감과 자신감이 증폭되고 스트레스가 줄었으며 본인이 성공한 사람이라는 느 낌을 갖게 됐다"는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10위권 밖의 골프용품 업체였던 캘러웨이는 빅버사 (Big Birtha) 드라이버 출시 이후 세계 1위 골프채 생산업체로 떠오랐다.

3000달러짜리 캘러웨이 풀 세트를 구매한 사람들은 "제 아무리 세계적인 갑부 라 하더라도 캘러웨이보다 좋은 골프채를 살 수는 없다. 캘러웨이 골프채를 구 매함으로써 부자가 된 느낌을 받는다"고 털어놓는다.

BCG는 "미국시장만 놓고 보면 연간 매출액이 1조8000억달러에 달하는 23개 상 품과 서비스 중에서 뉴럭셔리에 해당하는 카테고리는 이미 전체 중 19%를 차지 하고 있다"면서 "뉴럭셔리 시장은 연 3500억달러 규모 시장으로 매년 10~15%씩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CG가 미국의 연소득 5만달러 이상 2300명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대부분인 96.2%가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1개 이 상 품목에 대해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응답자 중 70% 정도는 10개 이상 품목에 대해 '고가'를 지불할 수 있다고 답했 고 48.4%는 특정상품군에 대해 '쓸 수 있는 한 최대 금액'을 지출하겠다고 말 했다.

BCG에 따르면 뉴럭셔리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대중성 있는 슈퍼 프리미엄(Accessible Superpremium) 제품이다.

이들 제품은 해당 상품군에서는 최고가로 일반상품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가격 으로 판매된다.그러나 다른 고급품(명품)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 이기 때문에 중산층이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벨베디어 보드카(28달러)는 앱솔루트 보드카(16달러)에 비해 88%나 비싼 제품이고 애완동물 사료인 뉴트로(Nutro)는 파운드당 71센트이지만 알포( Alpo)는 45센트다.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누구나 벨베디어 보드카 한 병이나 뉴트로 한 팩 정도는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둘째는 대중성이 강화된 올드럭셔리 제품군이다.

전통적으로 연소득 20만달러이상 부유층만이 구매할 수 있었던 명품 브랜드의 저가형 버전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모델인 마이바흐는 판매가가 30만달러 이상이지만 저 가형 버전인 C-클래스 쿠페는 2만6000달러면 된다.

셋째는 매스티지(Masstige;대중명품) 제품이다.

매스티지는 대중상품과 고가품 사이의 틈새상품으로 일반상품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면서도 올드럭셔리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배스앤드디웍스의 보디로션은 9달러에 판매되는데 바셀린 인텐시브케어로션(3 달러29센트)보다 무려 275%나 비싸다.

그러나 보디로션 가운데 최고가 제품인 24달러짜리 키엘의 끄렘 드 꼬르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BCG는 "뉴럭셔리 상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상품이 항상 소비자의 감정적 가 치와 연결돼 있고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애착이 무척 강하다는 것"이라고 설명 했다.

뉴럭셔리 상품은 올드럭셔리보다는 훨씬 소비자의 접근이 용이하고 전통적인 중가시장 제품보다는 접근이 어렵다.

올드럭셔리는 소득상위 1~2%만이 구매할 수 있도록 높은 가격이 책정되지만 뉴 럭셔리 상품은 일반상품보다 항상 높게 가격을 매기면서도 소득 기준 상위 40% 의 가정은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대를 유지한다.

또 올드럭셔리는 핸드메이드, 100% 수작업, 장인정신 등에 가치를 두면서 독점 적이고 배타적인 이미지를 강하게 풍기는 반면 뉴럭셔리는 장인정신과 대중성 을 동시에 갖는다는 특징이 있다.

일례로 벨베디어 보드카는 500년 전통의 기법으로 4번의 증류를 거쳐 손으로 제작된다. 하지만 만드는 방법은 표준화돼 있으며 품질의 균질성도 유지된다.

BCG는 "뉴럭셔리 상품은 제한적이지만 독점적이거나 배타적이지 않고, 프리미 엄 가격이지만 단순히 비싸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장인정신 때문에 소비자들이 기꺼이 그 값을 지불하는 상품"이라고 정의했다.

<채경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