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전인가 교외에서 꽤 빠른 속도로 운전을 하고 있었다. 운전 중에 두 개의 교통 표지판을 지나쳤는데 첫번째는 항상 봐 오던 표지판이었다. '과속을 하면 벌금을 문다'는 내용이었다.

두 번째 표지판은 조금 달랐다. 경고나 협박 없이 그저 다음과 같이 묻고 있었다. "지금 얼마나 빨리 달리고 계십니까?" 이 표지판을 본 난 나도 모르게 자동차의 속도계를 봤다. 기준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차 안의 음악, 옆 자리의 친구, 화창한 날씨 때문에 잠시 자동차 속도에 대해 잊고 있었던 듯 했다.

이런 경험은 어느 공항에서도 한 적이 있다. 공항 공중전화 박스에는 브리티쉬 텔레콤(British Telecom: BT)과 AT&T가 만들어 놓은 광고문구들이 붙어 있었다. BT의 광고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다음 통화는 브리티쉬 텔레콤으로 하세요." 흥미 있는 마케팅 메시지라고 하긴 어려웠다. 반면, AT&T의 문구는 조금이나마 사람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하나는, "오늘 집에 전화 하셨나요?" 다른 하나는, "오늘 회사에 전화 해 보셨나요?"였다.

사람들의 머리 속엔 광고를 걸러내는 필터 같은 것이 있다. 이 필터는 광고에 대한 일종의 '면역 체계'와 같은 것으로, 일단 '광고다'라는 판단이 들면 그 메시지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머리 속에서 내용을 삭제해 버린다. '과속하면 벌금을 문다' 라든지, '다음 통화는 우리 회사 서비스를 이용하라' 같은 메시지는 사람 머리 속에 '광고'로 인식돼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혼자 중얼거리는 독백이나, "사세요!" "들어보세요!" 같은 진부한 명령법을 쓰면 사람들 머리 속에서 걸러져 버린다. 반면, 소비자 개개인에게 직접 와 닿는 질문이나 제안의 형식을 취하면 머리 속에서 걸러지기 전에 잠시 생각해 보는 효과를 갖는다.

보험회사의 경우, 다음과 같은 메시지로 고객들을 설득하려 들기 쉽다. "재난이나 화재 시 피해를 입었을 때 보상을 받으려면 이 가입서를 작성하세요." 왜냐하면 이런 식의 문장이 지어내기 쉬우니까. 하지만 이런 메시지로는 아무도 설득시키지 못한다. 쉽게 만들어진 메시지는 '광고 필터'로 쉽게 걸러져 버린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만들면 결과는 조금 달라진다. "집에 불이 나 모든 것이 타버렸을 때 보상 받을 길이 있나요? 없다면 이 가입서를 작성하세요." 전 문구보다는 훨씬 소비자 중심적이다. 이 정도만 되도 소비자들은 최소한 1-2초 정도 화재가 난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본다.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광고 필터'에 걸러지지 않는 메시지를 만드는 법

먼저 메시지를 내 보낼 장소를 잘 선정해야 한다. 메시지가 가장 적절한 곳에 가장 적절한 형태로 등장할 수 있게 한다. 문장을 질문 형식으로 바꿔 본다. 이때 절대 흔해 빠진 관용어구나 미사여구를 써서는 안 된다. 불분명한 말투도 삼가 해야 한다.

사람들은 점점 남의 말이나 글을 적극적으로 듣고 읽는 습관을 잃어가고 있다. 라디오나 TV에서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익숙해 졌기 때문이다.

라디오나 TV는 일방적인 메시지만 허용한다. 고객들의 견해를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다 보니 라디오나 TV의 메시지는 자기 중심적인 독백으로 굳어져 버렸다.

불행히도, 오늘날 가장 '인터렉티브'한 매체라고 하는 인터넷에서도 라디오와 TV의 메시지의 형태를 따라 하고 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듣고 응답을 하기보다는 일방적인 독백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양방향 매체에서 효과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은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고객들에게 가장 적절한 질문을 찾고 이를 '대화'의 형식으로 고객에게 노출시켜야 한다.

이 단계까지 왔으면 이제 고객의 반응을 살피고 그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렇다. 올바른 질문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바로 고객의 반응을 더 잘 듣기 위함이다. 고객의 반응을 접한 뒤, 회사는 진일보한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출처 : 코리아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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